감성풍만 아시아/JAPAN

자동차로 즐기는 2박 3일 간의 큐슈 여행

여행작가 여병구 2022. 4.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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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인 큐슈(九州, Kyushu)에서 23일간의 특별한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것은 바로 여행 중 가장 자유도가 높다는 렌터카를 이용해 일본에서 가장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복식화산이 있는 아소산(阿蘇山)의 주변으로 드라마틱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왔다. 수려한 경치와 빼어난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나 있기에 출발부터 운전대를 잡은 힘에 한껏 기대가 담겼던 23일간의 짧지만 강렬했던 큐슈 렌터카 여행을 소개한다.

 

 

최적의 렌터카 여행지, 큐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 지 큐슈 후쿠오카 공항의 분위기는 거의 우리나라 공항 같은 분위기다. 특히 후쿠오카 공항이 매력적인 것은 후쿠오카 시내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짧은 일정으로 오 갈 수 있는 쾌적의 위치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이번 여행을 준비한 여행박사 측이 빌려놓은 작고 아담한 승용차가 우리를 맞이 했다. LCC를 타고 인천에서 1시간 20분의 짧은 비행이다 보니 기내식은 딱 딱한 과자와 오렌지 주스가 전부라 캐리어를 차에다 싣고 제일 먼저 점심을 먹으러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동집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온 사람들이라면 꼭 들르는 100년 전통의호우쇼우 혼가라는 큰 그릇에 푸짐하게 내오는 우동집. 직접 뽑은 쫄깃한 면발과 양 배추, 어묵, 숙주, 당근, 돼지고기 등이 한 가득 들어간 나가사키 짬뽕 스타 일로 나이 지긋하신 한국 어르신들이 와도 당황하지 않을 비주얼이 푸짐하다. 쌀쌀해진 날씨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맛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첫 목적지인유메-오오츠리하시로 이동했다. 하지만 역시나 비 오지 않는 나라에 비를 몰고 다니는 레인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내가 아니랄까 봐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인해 낭패를 겪고 말았다. 이제는 스노우맨이라는 별명을 하나 더 붙여야 할까? 이 모든 것이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묘미라는 긍정 마인드로 굳게 잡은 운전대와 시선은 길게 뻗은 큐슈의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향했다.


드라이브의 천국, 야마나미 하이웨이로~

기상예보와는 다르게 일본 100명도(名道)에 선정된야마나미 하이웨이에 접어들면서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이타현 유후인의 수분고갯길부터 아소의 이치노미야 마을까지를 잇는 현도(県道) 11호가 큐슈 제일이자 일본 유수의 와인딩로드인 야마나미 하이웨이는 쿠쥬 연산의 화구가 정면에 보이는 아름다운 직선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이다. 처음에는 도로 양 옆 의 나무들이 하얗게 변해가며 갑자기 설국으로 온 듯한 착각이 황홀하기까 지 했지만 그저 눈만이 아닌 강풍이 몰고 온 강추위까지…… 감상에 빠지기 에는 환경이 긴박하게 흘러갔다. 어쨌든 첫 번째 목적지인유메-오오츠리 하시에 도착하니 길이 390m, 높이 173m의 거대한 다리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가히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다리로서는 일본 최장, 최고 를 자랑한다는 자랑이 과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양 옆의 협곡에서 불 어오는 강풍과 눈보라로 인해 다리를 건너는 것이 힘들었고 다리의 바닥 가 운데는 투명하게 돼 있어 오싹한 느낌까지 그야말로 아찔한 스릴로 인해 등 짝에 땀이 흐를 정도. 지난 1956년 마을 회의에서 한 젊은이가 저 산골짜기 에 다리를 놓으면 폭포나 단풍들을 예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을 했지만 마을의 연장자들이 '잠이 덜 깬 소리를 한다’, ‘그 돈은 누가 내냐등 의 반응을 보이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 후 1993, 이 안건이 다시 제기되고 관광진흥부에서 의견을 수용하면서 다리 건설이 실현되게 되었고 다리의 이름에유메(
-)’ 라는 이름이 붙은 것 또한 그때 그 노인들이 꿈처럼 생 각했던 다리 건설이 이루어졌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지역 관광을 살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담겼다고 생각하니 다리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경 건함으로 바뀌었다. 아…… 그런데 눈이 점점 더 내리기 시작한다. 홋카이 도가 아닌 일본 본토에서 이렇게 눈을 많이 맞기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지만 첫날 최종 코스인 쿠쥬고원코티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해발 100mm 설원에서 즐긴 극한의 야외온천? 쿠쥬고원코티지!

오후 5시가 되면서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숙소가 있는 쿠쥬고원코티지로 가기 위해 야마나미 하이웨이로 나와 오르려 하지만 잦아진 폭설 때문에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하지 못한 차량은 진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보인다. 스노우 체인을 달아보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오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초입에 있는 자그마한 휴게소에서 쿠쥬고원코티지에서 보내주는 전용차량을 기다리기로 했다. 마치 조용한 시골마을이 텅스텐의 화질 같은 액자에 담긴 듯한 전경을 바라보며 그렇게 2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전용차량이 도착했다. 전용차량을 타고 오르는 동안 도로 가장 자리에 미쳐 스노우타이어를 준비하지 못한 차량들이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전용차량이라지만 속도를 낼 수 없어 천천히 오른 탓에 1시간을 지나 마침내 해발 1100m의 넓은 초원 위에 펜션형 호텔인 쿠쥬고원코티지가 보인다.

해발  1100m 의 넓은 초원 위에 펜션형 호텔인 쿠쥬고원코티지

어둑해진 밤이라 호텔 구경은 다음 날로 미루고 식사를 한 후 온천을 하기로 했다. 예정보다 2시간 이상 늦은 시간이지만 긴장감을 풀고 전통 다다미 방의 숙소에 짐을 풀고 야외온천으로 향했다. 밤이 아니라면 멋진 쿠쥬 연산과 아소산을 바라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겠지만 오늘은 조용한 밤과 스삭거리며 내리는 눈과 함께 눈 사이로 보이는 별을 보며 온천을 즐기니 긴장감이 단박에 풀어지며 저절로 가벼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본의 각 지역의 온천을 다녀봤지만 해발 1100m에서 즐기는 야외 온천은 대자연의 기를 한 몸에 받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 다이칸보()

늦은 밤의 도착이어서 쿠쥬고원코티지의 외관을 아침에서야 볼 수 있었다. 설원의 대 자연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하지만 밤사이 그친 눈이 출발할 때에 다시 내리는 바람에 전용 차를 타고 거북이걸음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 덕분에 내려가는 중간중간 펼쳐지는 쿠쥬 연산의 비경을 자세히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가히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밤사이 입구에 세워뒀던 우리의 자동차를 다시 살펴본 후 아소의 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이칸보 전망대로 향했다. 아소의 산들을 관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 중에서 가장 멋진 곳이라고 불려지는 곳으로 아소 오악이라고 불리는 다섯 개의 산을 시작으로, 쿠쥬 연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덕이 심한 여인이 심통이라도 부리는 지 다이칸보의 비경을 오롯이 보게끔 놔두지 않았다. 심한 눈보라가 병풍을 치듯이 다이칸보 일대를 휘감기 시작하면서 한발자국도 전진하기 힘들 만큼 강풍과 강추위에 등을 떠밀리듯이 내몰렸지만 실눈 뜨고 돌아본 다이칸보의 비경은 가히 절경임이 분명해 보였다. 평상시에도 맑은 날씨를 볼 수 있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 정성을 다한 마음이 통해야 할 듯 하다.

 


쿠로가와 온천마을에서 마음을 놓다

다시 차를 돌려 마지막 여정인 쿠로가와 온천마을로 향했다. 야속하기만 한 날씨 때문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여행에서 언제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니 괘의치 않기로 애써 마음을 잡았다. 한적하고 조용한 2차선 도로를 따라 쿠로가와 온천마을로 들어섰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면서 돌아보니 왠지 낯이 익은 듯한 모습이다. 흡사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봤음직한 료칸들이 얼키설키 모여있다. 꽤 많은 한국인들이 보이는 것을 보니 단골 여행지인 듯 한데 보통 여기서 1박을 하면서 각 료칸들의 다양한 온천과 식도락도 즐긴다고. 관광지로서의 온천마을의 모습을 제일 잘 갖춘 마을이자 너무 북적대지 않는 것이 장점인 듯.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늘어선 전통 료칸들과 요란스럽지 않게 꾸며진 상점들이 너무 상업적이지 않아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온천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비로서 폭설 때문에 짧은 일정이지만 신비로운 료칸의 모습과 고풍스러운 거리 풍경에 지친 마음이 자연스레 녹아 내렸다. 이곳에서 하루를 더 묵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 잡기도 수월치 않아 아쉽게 운전대를 잡고 후쿠오카 시내로 향했다. 날씨만 허락했다면 최고의 렌터카 여행이었겠지만 그래도 번잡하지 않고 수려한 경관 속을 달리는 렌터카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특히, 해발 1100m에서 즐겼던 야외온천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Edit Hapil Photo Kunho,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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